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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시골쥐의 서울음식

따뜻한 곰탕 한 그릇 그리운 날씨

따뜻한 곰탕 한 그릇 그리운 날씨

by 운영자 2017.11.17

영하의 날씨가 시작됐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나면 뜨끈한 국물이 바로 생각난다.

우리에겐 맵지 않고 따뜻한 국물 음식이 많다. 갈비탕, 설렁탕, 순대국, 그리고 바로 곰탕이다. 기자에게는 순대국이 가장 친근하고 그다음으로는 고기를 잡고 뜯는 즐거움이 있는 갈비탕, 설렁탕 순이었다. 사실 곰탕은 선뜻 발걸음이 가질 않았다. 머릿속에 확연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한번쯤 시도해보고 싶던 찰나에 서울식 곰탕의 맑은 국물을 접하게 됐다.
평소 곱창을 좋아하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것이라도 과감히 고기와 내포를 많이 넣은 곰탕을 택했다. 기본은 어쩐지 허전해 보여 처음부터 양을 더한 특별곰탕을 시켰는데, 욕심이지 않았을까 우려는 가뿐히 사라졌다. 특 사이즈는 계속 많이 가격을 높여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곰탕은 자신의 양을 아는 것이 먼저 중요해 보였다.

하얀 국물이 아니라 맑은 색이기에 자칫 밋밋하지 않을까 싶은데, 서울식 곰탕의 국물은 그런 생각을 말끔히 지워준다. 국물에서 느껴지는 깊이는 잠깐 끓이고 만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 맛을 내기 위해 차분히 시간을 들였구나 싶다.

놋그릇에 나오는 고기와 내포를 먹으려 하니 곧바로 종업원이 와서 김칫국물을 넣을 것인지 묻는다. 주전자에 담긴 김칫국물을 졸졸 따라주니 국물맛이 시원하게 바뀐다. 함께 나오는 김치와 깍두기도 간이 세지 않고 시원한 맛을 살렸다. 파를 수북하게 쌓은 뒤 이미 그릇의 밑에 가라앉아 있는 밥을 풀어 고기와 한 입. 고기는 깔끔하지만, 내포는 특유의 맛이 있어 각자 먹는 맛이 차이가 난다. 고기만 혹은 내포만 찾는 이유가 보였다.
소 한 마리를 영국에서 25개 부위 정도로 구분한다면, 한국에서는 125개 부위로 나눠 먹는다는데, 부위별 맛을 알아채는 그 입맛이 놀라울 뿐이다. 여러 부위를 한 데 끓이는 곰탕은 그런 요소를 충족하는 한 그릇이었다. 올겨울 자주 생각이 날듯하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