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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시골쥐의 서울음식

상상을 키우는 쉼, 풍성하게 한 상

상상을 키우는 쉼, 풍성하게 한 상

by 운영자 2017.10.13

기나긴 추석 연휴, 아쉬움 없이 보내기 위해 ‘밑으로, 밑으로’를 외쳤던 기자는 전라도 여행을 떠났다.

특별한 일정을 세우지 않고, 마음 가는 도시에 방문해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녔다. 대신 배고픔을 소중히(?) 여기며 매 끼니를 특별하게 챙겨먹었다. 이름난 곳들의 온라인상 평가를 확인하고 한번 정한 곳은 오래 기다리더라도 꼭 그곳에서 식사를 했다. 평소보다 여유를 부렸던 맛도락여행이라 할 수 있다. 신기할 정도로 전라도의 음식은 감칠맛이 남다르다. 오랜 기다림도 눈 녹듯 사라지게 했다. 음식마다 젓갈을 뛰어나게 활용하고, 아낌없는 상차림이 특징이다. 어떤 메뉴를 먹어도 마음 가득 푸짐해진다.
첫 도시는 광주였다. 광주비엔날레와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매해 번갈아 가며 열리는데, 올해는 디자인비엔날레의 차례였다. 미래를 바라보고 디자인한 제품들을 폭넓은 구성으로 훑어볼 수 있었는데 앞을 바라보며 친환경적으로 변화하려는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4개의 전시장을 통해 곧 현실화될 것처럼 구체적이거나 혹은 공상처럼 보이는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었다.
풍성한 디자인 제품의 향연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곳은 밤늦게까지 열었던 광주의 포장마차였다. 뒤늦게 먹은 여행의 첫 끼였다. 3만원대의 작은 회 한 접시를 앞에 두고 가볍게 즐기려고 밤늦은 시간 찾았는데, 계속 나오는 찬들이 놀라웠다. 우선 미니 우동과 알밥, 새우초밥으로 시작해 해물 모듬, 샐러드, 무침 등 한 상을 채웠다. 전자기기도 아니고 음식에 가격대비성능을 따지는 일은 이상하지 않나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성능’ 대신 양, 종류, 맛 등을 대입해봐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한 상이었다.
테이블마다 앉은 사람들은 긴 연휴에 여유를 느낀 듯 밝은 표정과 흥겨움이 느껴졌고, 종업원들은 늦은 시간까지 분주했다. 테이블 각각 음식이 순서에 맞춰 종류별로 나가기보다 튀김이 없는 곳을 확인해 모두 튀김이 나가는 등 단체 서빙이 특징적이었다. 적당한 친절함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되는 매운탕의 칼칼함, 회 한 접시에 연이어 맛볼 수 있었던 다채로운 음식들은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먹은 덕에 마음 아프게도 지갑은 가벼워지고 체중은 늘었지만 말이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