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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시골쥐의 서울음식

연남동엔 연트럴파크가 있다

연남동엔 연트럴파크가 있다

by 운영자 2017.07.28

서울은 가로수길 이후로 새로운 길 이름과 함께 유행이 생기고 있다. 경리단길, 망리단길 등 이름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름에 마법 가루를 뿌린 듯이 젊은이들은 북적대며 찾아가고, 원래 그 자리에 있었을 길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친구를 만난 곳은 연남동이다. 홍대에서 늘 가던 상점가를 떠나 다른 방향으로 걷자 못 보던 길이 펼쳐진다. 경의선숲길은 연남동 센트럴파크라는 뜻의 ‘연트럴파크’라고 불리고 있었다.

공원이 중심에 위치한 이곳은 오래된 간판과 유행을 따르는 간판이 섞여 있어 묘한 분위기를 낸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푸른 공간 덕분에, 차와 사람이 빼곡한 곳에서 잠시 숨을 트일 수 있어 보였다.
분홍빛 간판이 눈에 띄어 고민 없이 들어갔다. 안은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로 빼곡했다. 파스타와 버거처럼 일반적인 양식부터, 해물을 이용한 요리까지 폭넓게 다루며 사람들의 발을 잡았다. 생선이 날마다 바뀐다는 ‘오늘의 노량진 생선’과 ‘갈치파스타’ 메뉴도 신기했지만, 이번에는 ‘멕시칸 쌈’을 주문했다. 여기에 ‘리코타 토마토 륑귀네 파스타’도 곁들였다.
토마토 파스타에 리코타치즈, 가지를 넣어 상큼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리코타치즈는 특별한 맛을 내지 않아도 샐러드에 잘 어울리는 식감을 낸다. 돼지 목살을 또띠아에 싸먹는 멕시칸 쌈은 나쵸와 할라피뇨, 사워크림, 계란후라이 등 함께 곁들일 것들이 다양했다. 고수도 있었다. 향이 강해 호불호가 갈리는 고수잎은 조금만 들어가도 맛을 바꾼다. 칠리소스가 잔뜩 넣어 만든 돼지 목살 쌈은 맥주 한잔과도 잘 어울린다. 작은 공간이지만 인테리어가 한껏 신경쓴 모습이 보인다.
핫한 동네에 예쁜 카페가 빠질 수 없다. 못다한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들린 곳은 티라미수로도 이름난 곳이었다. 가게 점원은 티라미수를 고민하자 베스트 메뉴라고 꼽는다. 이곳은 초콜릿 조각이 티라미수위에 올라갔다. 부드럽게 입 안에서 무너지는 티라미수는 ‘나를 들어올리다’라는 뜻답게 기분을 전환시킨다. 여름에 제격인 수박주스는 달콤하면서 시원해 제철과일의 기운을 한껏 전달한다.
늦은 시간에도 여름밤의 더위를 식히려는 듯 많은 이들이 거리를 거닐었다. 역으로 향하는 좁은 골목골목마다 들어가고 싶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낯선 이들의 방문을 반기는 곳곳, 여유가 된다면 다시 찾아보고 싶어진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