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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시골쥐의 서울음식

[속초]여름엔 역시 바다, 바다의 맛 즐기다

[속초]여름엔 역시 바다, 바다의 맛 즐기다

by 운영자 2017.07.21

시골쥐의 속초음식
지난 주말, 개통한지 얼마 안 된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달렸다. 서울에서 양양까지 90분이라는 소식을 접했지만, 새로 생긴 고속도로를 달리고자 한 사람들이 많아선지 그 인기 덕분에 중간중간 정체가 있었다. 매우 많은 터널을 지났는데, 영동으로 떠나는 길이 한결 편했다.
여름마다 찾는 바다는 늘 비슷한 모습이어도 흥겹다. 그런데 평소 어느 곳을 갔다 오는지 주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도 막상 도착하고 나면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다. 가족과 함께 회와 게를 먹자고 계획은 세웠지만 그때부터 바빠지는 것은 손가락이다. 스마트폰을 열심히 두드리며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한다.

회를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시장으로 가기도 하고 회 센터로 가기도 한다. 항구마다 찾아갈 곳들은 많다. 밑반찬을 다채롭게 만날 수 있으니 편하게 먹자며 간 횟집은 예전에도 찾았던 곳이다. 병어를 추천받아 우럭과 함께 먹어본다. 사실, 우럭이나 병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낚시를 해보지 않은 이상 잘 모른다. 껍질이 빨간 것은 병어이고 검은 것은 우럭이구나 하며 먹어본다. 오도독한 해삼이야말로 씹는 즐거움이 있다. 회 맛을 아는 사람들은 고기의 식감에 대해서 설명할 테지만, 기자에게는 그저 바다를 보며 먹는 좋은 시간이 더욱 뜻깊을 뿐이다. 늘 보는 바다가 아니기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관광객들이 춘천에 오면 소양강처녀가 특별한 것처럼.
홍게의 금어기가 있다는 사실은 이번 여행으로 알게 된 사실이다. 7월 중순부터 홍게의 금어기가 시작된다. 이때는 조업도 판매도 불가능하다고. 결국 동해바다에 왔지만 러시아산 대게를 골랐다. 살이 알찬 대게는 짜지 않아 부드럽게 내장을 찍어가며 먹을 수 있다. 여태껏 게가 느끼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게눈 감추듯 두 마리의 대게가 사라지니 매운 것이 간절하다. 처음엔 의아했는데, 떡볶이를 함께 줬던 것은 이 집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알차게 비빈 게딱지 비빔밥으로 마무리한다.
가게 내부에서는 먹은 게의 등딱지를 깨끗이 말려 빼곡하게 저마다의 이야기를 적어놓은 기록물들이 한가득 벽면을 채웠다. 주로 읽어보면, 이름과 소원 등이다. 다음에 찾았을 때는 맛있는 홍게를 먹을 수 있도록 모두가 평안하길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모든 고민은 늘 파도치는 백사장처럼 말끔히 씻겼으면 좋겠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