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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시골쥐의 서울음식

스트레스 뻥 날려버리는 무교동 낙지

스트레스 뻥 날려버리는 무교동 낙지

by 운영자 2017.05.26

그런 날이 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짜증이 쌓여있었다. 원인 불명의 불쾌함으로 축 처지는 기분이 드는 주말. 정신이 바짝 드는 매운 음식이 간절했다.

매운 음식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낙지 음식. 그중에서도 항상 ‘무교동 낙지’는 고유명사처럼 유명하다. 다른 지역에서도 닭갈비를 팔면 ‘춘천 닭갈비’라는 간판을 빠짐없이 볼 수 있듯이, 무교동 낙지도 그렇다.

무교동이 종로, 서울시청과 가깝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놀라웠다. 무교동은 서울에 있었구나! 신당동 떡볶이 하면, 당연히 ‘왕십리에서 가까운 신당동이겠지’하고 여겼는데, 무교동은 한 번도 어디에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없었던 듯하다. 바로 근처에 볼일이 있었기에 끼니때가 아닌데도 욕심을 내어 방문했다.

잘 되는 음식점은 공기 중에도 바쁨이 떠다닌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종업원들 사이로 기대에 찬 손님들이 가득 채운 자리가 보였다. 술잔 기울이며 흥겨워진 손님들의 모습에서 나 역시 맛에 대한 기대를 해본다. 겨우 한 자리가 나자 그사이에 앉아 낙지볶음을 시켰다.
빨갛게 양념된 낙지 한 접시. 오동통하게 굵은 낙지가 먹음직스럽게 담겨 나왔다. 먹어보니 매콤함이 먼저 찾아온다. 식감이 부드러운 것도 특징이다. 탱글탱글하지만 씹었을 때 부담스럽지 않았다. 만약 쫄깃한 낙지를 좋아했다면 아쉬움이 들 수도 있을 듯하다.

수북이 나온 콩나물은 숨이 죽어 약간의 간이 되어 있었다. 콩나물, 상추와 참기름, 김을 넣은 그릇에 밥과 낙지를 듬뿍 넣어 비벼본다. 비벼 먹으면 매운맛이 감소되기는 하지만, 대신 참기름의 고소함과 아삭한 콩나물, 상추가 밥과 어우러져 풍성한 맛을 낸다.

기대만큼의 화끈한 매운맛이 아니라 실망하긴 했지만, 식사 후 청계천을 걸으며 다시 기운을 낼 수 있었다. 매운 음식 한 끼에 스트레스의 근원도 전부 날아간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쉽게 해결되는 일은 없다. 다시 부딪혀보며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할 일이다. 음식으로 고개를 돌려 회피하기보다는, 정면 돌파할 수 있도록 기운이 나는 한 끼였다. ‘탈진한 소에게 낙지 2~3마리를 먹이면 벌떡 일어난다’는 말처럼, 낙지 한그릇 먹었으니 다시 활기차게 일어나야겠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