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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시골쥐의 서울음식

길과 어울리는 음식, 사람과 어울리는 한술 종로3가 순댓국

길과 어울리는 음식, 사람과 어울리는 한술 종로3가 순댓국

by 운영자 2017.03.24

종로의 이미지는 ‘지긋한’ 오래됨이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이 탑골공원을 찾아 한낮의 고요함을 즐길 것 같은 느낌이 그렇다. 피맛골, 인사동 역시 분주한 길거리에서도 수많은 이들의 발길이 닿은 역사를 느낄 수 있다.

서울은 각 지역의 삶이 모이는 곳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짊어지고 올라온다. 비좁은 곳에서 둥지를 트고 애환을 피워내며 하루하루 달력을 채워간다. 누군가는 허겁지겁 한 끼 식사를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하고자, 또 어떤 이는 소주의 쓰디쓴 한모금에 하루를 달래고자 모이는 곳이 있다. 순댓국집이 몰려 있는 좁디좁은 골목에 들어섰다.
호남대박, 충청도집, 전주집…. 어디서 왔는지 출신을 알리는 이름표를 단 가게명을 두고 강원도집에 들어섰다. 강원도에서 와서 발길이 닿은 것이라기 보다는 입구에서 돼지머리를 꺼내드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눈길을 잡았다. 큼지막한 솥을 걸고 구수하게 낼 것 같은 뽀얀 국물에 이끌렸다. 특유의 고기 냄새가 길 위에도 서려있는 느낌을 받았다. 얼마나 많은 돼지들이 모이고, 솥에 들어가고 또 수많은 이의 허기를 달래줬을지 가늠할 수 없다.

가게의 테이블은 매우 비좁으며 빼곡하다. 그사이에 앉은 손님은 대부분 중장년, 노년의 나이이다. 자리 잡기에 좀처럼 공간이 부족해 몸을 웅크려야 하는 모습은 어쩌면 팍팍했을 서울살이와도 닮아 있는 부분이 있다.
입구에 준비된 반찬은 ‘회전율’을 직감할 수 있게 한다. 앉자마자 나오는 반찬 중 머리 고기로 만든 편육은 오독오독 뼈를 씹는 재미가 있다. 4,000원이라는 금액에 비해 순댓국 안에 들어간 고기가 훨씬 푸짐하고 부드럽다. 밥 한 술과 두툼한 고기 한 입, 매콤한 양파와 마늘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기름진 부분을 잘 잡아주면서 푸짐한 한 끼를 만든다.
배가 고프면 신경이 날카로워지지만 배가 부르면 마음이 느긋해지는 단순한 반복. 지하철 역사를 오르는 다리는 한없이 무겁고 피곤했지만, 따뜻한 국물과 함께한 식사 이후에는 인사동을 거니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모이는 사람과 어울리는 음식은 아주 오래 그 자리에서 사랑받는 법이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