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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시골쥐의 서울음식

추억이 감미료가 되는 맛, 만나분식

추억이 감미료가 되는 맛, 만나분식

by 운영자 2017.03.17

기자에게 중학생 때부터 줄곧 먹었던 떡볶이 집을 소개해주고 싶다고 했다. 신당동 유명 떡볶이집도 방문해 봤지만 다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번에는 무슨 맛의 떡볶이길래 지하철을 타고 떠나야 하는 것인지 호기심이 들었다. 서울에서도 은마아파트 앞, 은마상가 내부에 있는 분식집이다. 여기가 바로 기사로만 접하던 그 아파트구나 하고 내심 신기해하던 찰나 상가의 출입구를 계속 지나쳐 걷는다.

“여긴 아무 출입구나 들어가면 헤매기 딱 좋지.”

왠지 수상한 크기이다. 상가 건물만 빙 둘러 걷는데도 한참을 걸었다. 지하 3번 출입구에 도착해서 지하 A블럭 배치도를 보고서야 입이 쩍 벌어졌다. 지하에 있는 상가이긴 한데, 들어가면 아주 넓은 전통 시장이 펼쳐지는 느낌을 받는다.
분식집은 좁지 않지만 빼곡하게 11자로 놓여진 테이블에 착석한 손님으로 붐볐다. 딱 봐도 나이 지긋한 손님이 많았다. 가족 단위로 모여 분식을 먹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들어가는 순간 세트메뉴의 종류가 많아서도 그렇지만 가격에 멈칫한다. 3,500원, 4,000원, 4,500원이라니 밖에서 떡볶이 한 그릇의 가격에 튀김, 만두, 어묵 등을 골고루 즐길 수가 있다. 떡볶이에는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세트메뉴를 시키니 소스에 함께 버무려 나온 순대, 튀김이 친구가 되고 있었다. 쫄깃한 밀떡, 단순한 매콤함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했다. 특히 옆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떡꼬치가 궁금해 한 그릇 시켰다. 꼬치에 꽂힌 것이 아니라 떡 튀김에 떡꼬치 소스를 뿌려준 모양이었는데 한 입에 요즘 찾기 힘든 옛 맛이라는 생각부터 든다.
마지막엔 무조건 ‘뻥튀기 아이스크림’이라는 말에 입구에서 함께 계산하며 하나씩 손에 들었다. 사르르 녹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둘러보는 지하 ‘시장’은 모두에게 정겨운 모습이다. 가게를 빙 둘러 앉아 팥 칼국수를 흡입하는 손님들도 보인다. 다음에 저 메뉴를 먹어보겠다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예약해본다. 아파트가 1979년에 준공했으니, 상가 안에도 세월의 깊이를 지닌 음식점이 많다. 다시 찾을 수밖에 없겠다.

출입구를 통과해 올라오며 나 역시 춘천의 제일시장의 튀김만두와 떡볶이를 소개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이런 추억은 공유할수록 맛있어지는 법이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