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비꼬비’라는 도깨비가 나오는 국내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1995년부터 KBS에서 방영했는데 도깨비들이 골동품으로 변신을 하는 모습이 어찌나 재밌고 흥미롭던지 넋을 잃고 텔레비전을 봤던 기억이 난다. 도깨비가 메밀묵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이때 처음 알았다. 그렇게 사람이 없으면 골동품들이 도깨비로 하나씩 뿅 하고 변신해 묵을 나눠 먹으며 수다를 떨지 않을까 싶은 공간이 있다. 바로 ‘신북커피’이다.

‘신북커피’에서는 옛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소품으로 가득하다.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형태로 입장하는 순간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Retro) 열풍에 무엇보다 먼저 꼽을 만한 춘천 카페이기도 하다.

마당 구경, 실내 구경을 하다가 계산대 앞에 서니 추억의 과자, 베이커리, 음료 등 고를 수 있는 메뉴가 다양하다. 커피류에서는 아인슈페너, 수제 바닐라라떼를 추천했고 커피가 아닌 음료에서는 마쉬멜로우 꽃이 피는 코코아 ‘꽃코아’와 녹차크림라떼, 쑥 미숫가루, 귤 라떼를 권했다. 춘천시민에게는 신분증 제시 시 20% 음료 할인이 있어 가격대가 부담됐다면 반가운 문구이다.

‘신북커피’라는 로고가 코코아파우더를 이용해 인상적으로 커피 위에 뿌려지는 아인슈페너 음료는 카메라를 들게 한다. 추천메뉴였던 아인슈페너는 “섞지 말고 드세요”라는 말을 덧붙인다. 아메리카노에 헤이즐넛 크림을 올렸다. 하얀 크림에 코코아 파우더를 섞어 티스푼으로 떠먹으면 쨍한 달달함에 정신이 확 돌아온다. 아래에 가라앉아있는 씁쓸한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쓰고 닮의 비율을 맞춘다.

비가 운치 있게 내리던 날이어서 더욱 주택에 살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했다. 마당의 앵두나무, 청포도나무가 계절이 바뀌었다고 알려주던 때이다. 이곳에서 커피를 마신다면 나만의 옛 시간을 잠시 잔 위에 담을 수 있을 듯하다. 그 안에서 재잘거리며 이야기를 채우는 것은 도깨비보다 더 신난 사람들이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