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음식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요리로

싱가포르가 국제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영어를 공용어로 택하고 다양한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저마다의 문화를 뽐내며 어우러질 수 있었는데,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음식문화 역시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치킨 라이스가 널리 알려졌다. 싱가포르 고유의 음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관광객들이 꼭 먹고 가는 명물이 됐다. 음식 자체보다 성공적인 마케팅 효과가 드러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치킨 라이스는 중국의 해남식 요리가 이주민들에 의해 전해져 자리 잡게 됐다. 싱가포르 이민 초기시절 가난했던 중국 이민자들이 즐겨 먹었던 단백질 보충을 위한 음식이었다. 싱가포르 현지인들은 물론 많은 관광객의 인기를 받으며 싱가포르를 방문하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이 됐다.

닭고기를 삶아 우려낸 국물과 생강, 마늘 등을 넣어 지은 밥에 삶은 닭고기를 얹어 덮밥 형태로 제공된다. 곁들이는 소스로는 칠리 라임, 매운 생강소스, 걸쭉한 간장소스 등이 있다. 닭고기의 육질, 밥 짓는 손맛, 다양하며 개성 넘치는 소스로 만들어져 음식점마다 독특한 개성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해남식 치킨 라이스 외에도 닭고기를 굽거나 튀기는 등 조리법을 달리한 광둥식 치킨 라이스와 말레이시아 방식의 치킨 라이스도 인기를 얻으며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일부 동남아 국가의 항공사에서는 기내식으로 준비하는 등 굉장히 보편화한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치킨 라이스에 대한 평가 및 후기는 온라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대체로 싱가포르에서 치킨 라이스를 맛볼 때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의 식당에서 찾기보다는 거리에 자리 잡은 비교적 작은 음식점에서 먹어보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 많다. 요리의 맛과 함께 거리와 사람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기 때문.

싱가포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서민 요리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한 치킨 라이스를 꼭 기억하자.

서동일 기자 chunchonkc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