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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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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없고, 중국음식점에 있는 중국식 냉면 '만찬 천미향'

중국에 없고, 중국음식점에 있는 중국식 냉면 '만찬 천미향'

by 운영자 2018.06.22

# 춘천미식

중국식 냉면
만찬 천미향
중국식 냉면을 처음 본 것은 3년 전 여름이었다. 분명 주변에서 누군가가 먹었을 텐데도 그동안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서였을까, 옆 사람이 먹는 이상한 냉면의 정체가 너무나 신기했다. 게다가 ‘중국음식점에서 냉면이 배달 온다고?’하며 놀라워했다. 한 입 권한 중국식 냉면의 맛은 더욱 파격적이었다. 중국음식이랑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땅콩버터’가 들어가 있었기 때문. 땅콩버터라 함은 식빵에 초콜릿 잼이랑 함께 듬뿍 발라 먹는 완전히 미국 식재료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미국에서는 식용으로 재배하는 땅콩의 절반 이상이 땅콩버터를 만드는 데 쓰인다고 한다. 그만큼 미국인이 사랑하는 필수 식품이다. 미국과 중국, 양국의 관계를 생각해봐도 중국식 냉면에 있는 땅콩버터의 존재는 정말이지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였다.
열심히 찾아본 결과 중국식 냉면은 정말 중국에 없는 음식이라고 했다. 땅콩 소스에 비벼 먹거나, 찬 육수에 말아 먹는 면 음식은 있지만 한국에서 접하는 중국식 냉면은 없다고. 비빔면에 쓰이던 땅콩소스 대신에 한국에서 구하기 쉬운 미군 부대의 땅콩버터가 찬 국물에 함께 쓰이게 됐고, 1980년대부터 널리 알려진 메뉴라고 했다.
이후로도 용기를 내 먼저 중국식 냉면을 주문해볼 생각은 못했다. 하지만 여름만 되면 중국식 냉면을 열렬히 찾는 남편 덕분에 한 입씩 먹다가 조금씩 입맛도 길들여졌다. 차가운 육수에 풀어진 고소한 땅콩의 맛. 온도 때문에 더욱 깔끔하게 떨어지는 해물의 꼬들꼬들함. 차가운 면이 입안에서 훅 들어와 함께 내는 조화로움이 있다. 다른 중국음식 메뉴들에서 찾기 힘든 식감이다. 함께 주문했던 탕수육만 해도 따뜻하고 바삭해 사람마다 큰 호불호 없이 익숙하게 즐기는 맛이다. 새콤하다는 공통점이 있어 둘의 조합도 나쁘지 않았다. 탕수육은 든든했고, 중국식 냉면은 열기를 식혔다.
여름 더위를 삭히는 수많은 음식이 있어 올여름도 먹는 맛으로 잘 보낼 수 있을 듯하다. 삼복더위에 챙겨먹는 보양식, 전통적인 냉면에 더해 중국식 냉면을 추가했다. 시간의 흐름 따라 한국인 입맛에 딱 맞춘, 이국적 시원함 한 그릇이었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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