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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꽃잎 세며 음미하는 곳 꽃술래

꽃잎 세며 음미하는 곳 꽃술래

by 운영자 2018.01.26

퓨전 막걸릿집이라고 해서 한번쯤은 가봐야지 하면서도 계속 발길이 닿질 않았다. 육림고개를 자주 다녔지만, 명동에서 술 먹을 생각을 해보지 않아서였을까. 꽃는 가깝고 먼 그대였다. 이곳의 젊은 감각을 담은 인테리어, 플레이팅를 담은 후기가 온라인에 참 많다. 이날도 수원에서 오랜만에 춘천에 온 친구와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한달음에 달려갔지만, 이미 가득 찬 테이블에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만하면 다른 곳으로 발을 돌릴 만하지만, 한번 들어서서 매장에 들어가 보니 발길을 잡았다. 어두운 곳의 붉은 조명은 기분도 새롭게 한다.

모든 음식에는 손길이 여러 번 닿은 듯한 정성이 보였다. 기본으로 나오는 ‘명란 마요 크래커’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명란젓과 마요네즈를 섞은 소스에 크래커를 찍어먹으면, 앞으로 나올 요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유명한 ‘꽃막걸리’는 청포도, 망고, 딸기, 블루베리 등 다양한 맛이 있다. 메뉴의 이름들은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임을 바로 알 수 있다. 스파이시 크림 오돌뼈, 유자 항정살 구이, 골뱅이 비빔 파스타, 차돌 김치 프라이즈 등이 그렇다. ‘쉬림프로제떡볶이’, ‘레몬크림새우’를 주문했다.

꽃을 테마로 한 만큼 음식 위마다 꽃이 올라왔다.
쉬림프 로제의 소스는 오랫동안 조리한 듯 맛이 깊게 배여있었다. 설명을 보니 직접 만든 토마토소스와 크림, 해물이 들어갔다고 했다. 떡볶이의 이름을 갖고 있지만 주인공은 떡이 아니라 함께 나오는 홍합 등이 내는 해물의 맛이다. 매운 건고추가 균형을 잡는다. 메뉴에 포스트잇을 붙여 추가한 것으로 보이는 레몬크림새우는 새콤한 맛이 돋보였다. 튀김과 소스의 느끼한 맛을 거둬들이는 상큼함이었다. 딸기막걸리, 망고막걸리는 과일의 맛은 그대로이면서 시원한 막걸리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갈아냈다. 음식과 함께 잘 어울리는 막걸리 한 잔이다. 잔 위에 꽃잎을 하나 올려놓으면, ‘버들잎 한 장을 올린 물’ 이야기가 생각이 나며 후루룩 마시기가 아까워진다. 작은 공간이 주는 친밀감과 정성을 들인 음식, 꽃잎 하나가 손님의 하루에 특별한 색을 물들인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