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음식나무

음식나무

스크린을 콕콕 눌러 나오는 초밥

스크린을 콕콕 눌러 나오는 초밥

by 운영자 2018.01.24

시골쥐의 서울음식
회전초밥의 매력은 레일을 눈으로 훑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내가 원하는 접시가 바로 보일 때 잡는 즐거움이 있다. 한편 먹고 싶은 것이 계속 안 보일 때가 있다. 시원찮은 것들만 줄줄이 나올 때, 그때 딱 먹고 싶은 접시가 보였는데 바로 앞 테이블에서 집어버리면 속상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여러 명이 함께 먹으면 양껏 먹기 참 힘든 상황이 벌어진다. 초밥 한 접시, 이게 뭐라고 이렇게 속상하기까지 할까 싶다.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 일본여행을 하며 스크린을 콕콕 눌러 초밥을 시키는 모습을 봤다. 회전초밥도 가능하고, 주문 초밥도 얼마든지 가능하니 그때도 ‘저것 참 신기하네!’ 생각했는데 얼마 전 찾은 청량리역 회전초밥집도 그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왔다. 스크린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선택할 수 있었으며, 초밥은 참치, 연어류, 선어류, 조개·오징어, 새우류, 기타 등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군함, 롤, 라멘 등 모든 것들을 종업원을 따로 부르지 않고 바로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편리했다. 눈치 볼 일 없으니 혼자 먹기도 참 좋았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 테이블에는 홀로 초밥을 음미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역의 특성상, 빨리 먹고 훌쩍 떠나기도 좋았다.
음식의 질도 괜찮았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종류도 있었다. ‘통한치’, ‘버터구이 대왕오징어 꼬지’가 특히 그랬다. 훈제오리, 너비아니, 포크 스테이크 등 바다에서 나오지 않은 재료도 많이 활용했다. 국물을 먹고 싶어 찾았던 라멘도 초밥과 곁들이기 좋았으며, 회전율이 빠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재료가 신선했다. 가장 좋아하는 타코와사비 역시 와사비의 톡 쏘는 맛이 지나치지 않고, 적당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튀김도 바삭바삭함이 잘 살아 있었다. 주문을 받고 바로 튀겨냈다는 느낌을 줬다. 스크린을 두드려 우리 테이블 스티커를 붙인 전용접시가 나온다는 점은 매우 편리했다. 다 먹을 때에야 벨을 누르니 직원이 그릇을 세고 계산을 했다. 앞으로는 내 자리에서 스스로 카드를 긁고 떠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싶었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