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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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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라! 바사삭 돈가스, 호로록 냉메밀

찾아라! 바사삭 돈가스, 호로록 냉메밀

by 운영자 2017.09.01

요즘은 스마트폰을 보고 맛집을 검색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맛집’이라는 키워드를 피해서 한 끼 먹을 만한 음식점을 찾는다. 인위적인 글을 요리조리 피하는 기술도 늘어났다. 매번 식당에서 올린 것인지 진정한 손님이 먹었는지 확인해야하니 꽤 피곤한 일이다. 택시기사나 현지인 추천도 많이 보이지만, 그렇다고 길 가던 사람을 붙잡고 근처 괜찮은 음식점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어렵다.

“여행책을 보고 음식점을 찾아가 본 적이 있는가?” 기자의 경우에는 없었다. 해외에 가기 전에도 책보다 인터넷의 후기, 여행경로를 따라가느라 책까지 미처 살피지 못했던 듯하다. 그런데 이번에 어느 예능에서 독일인들이 낯선 한국 여행을 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책을 들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책의 도움을 받아보면 색다를 것 같았다.

‘소박한 분식집의 내부’에 ‘분위기보다 맛으로 승부’한다는 설명이 마음에 쏙 들었던 냉메밀 집에 들어섰다. 출판한 지 오래된 여행 책이라 아직 운영할까 마음을 졸이며 고민했지만, 다행히 그 자리에 있었다. 시간의 흐름을 알리듯 음식들은 책에 나온 가격보다 1,000원 넘게 상승했지만 아직도 대기 인원이 길게 줄을 늘어서며 건재했다. 1999년부터 오랜 사랑을 받고 있다고.
돈가스와 판메밀을 시켰다. 냉메밀과 돈가스, 우동, 유부초밥 등 가벼운 일식을 파는 집이다. 새하얀 돼지고기가 매우 두툼한 돈가스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바삭바삭하면서도 따뜻한 돈가스를 한 입 먹으니, 곧이어 살얼음이 떠있는 육수와 함께 판메밀이 나왔다. 시원한 여름 메뉴이다. 짭조름하게 달콤한 맛의 육수에 탱글탱글한 면을 넣어 호로록 먹는다. 책의 저자가 사랑스러워지는 순간, 다음 방문을 기약하게 된다.

책을 짚어가며 찾아가는 일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찾는 과정에서 겪는 피곤함은 잠시 접어두고, 보물 지도를 들고 다니는 재미를 느꼈다. 종종 맛 여행은 물론 그냥 여행에도 책을 펴봐야겠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