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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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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 위의 태국, 한 스푼 위의 휴식

한 그릇 위의 태국, 한 스푼 위의 휴식

by 운영자 2017.06.30

여행 프로그램을 많이 보게 된다. 텔레비전에서 이국적인 풍경과 음식들을 보고 있으면 쳇바퀴처럼 맴도는 일상 속에서 눈으로라도 새로움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에는 홍석천과 윤박이 나오는 한 여행프로그램을 봤는데, 장소나 체험보다 눈에 들어온 것은 ‘태국음식’이었다. 어찌나 국수를 맛있게 먹는지 ‘태국을 가야겠다’는 마음보다 ‘태국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아졌다.

태국음식은 접하기 쉽지 않다. 베트남 쌀국수는 접하기도 쉽고 익숙한 음식으로 자리 잡았는데, 가까운 지리의 비슷한 음식인 태국은 좀 더 향이 강할 것이라는 생각에 많이 찾지 않는 것일까. 5년 전 푸팟퐁커리를 먹어본 기억이 강렬하게 남았는데, 계란이 부드럽게 감싸는 게의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기회가 되면 또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얼마 전 고속터미널 파미에스테이션에 입점된 태국음식점에서 다시 만났다.
모던한 인테리어로 사람들은 가득 앉아있었다. 바 형태의 좌석에 앉아 크랜베리·워터멜론를 섞은 홈메이드 과일청 에이드 한 잔과 닭고기를 추가한 팟타이, 푸님팟퐁커리를 시켰다. 푸팟퐁커리가 단단한 게를 넣어 만든다면, ‘님’이 추가된 푸님팟퐁커리는 소프트 쉘 게를 이용한다고 한다. 앉자마자 발음을 어떻게 할지 망설이게 되는 영어 메뉴들은 한글 설명을 읽어도 낯설게만 보인다. 덧붙이자면 ‘푸’는 게를 뜻하고, ‘팟’은 볶다, ‘퐁’은 가루, ‘커리’는 카레를 뜻한다. 푸님팟퐁커리는 부드러운 게가 들어가는만큼, 껍질째 튀겨내 먹을 수 있다. 팟타이는 역시 태국의 대표 볶음 쌀국수이다. 레몬즙을 내 상큼함을 더하고 고소한 땅콩을 곁들이면 입맛에 잘 맞는다. 유동인구가 많은 위치인만큼 이곳 음식의 향이 세지 않았다.
푸님팟퐁커리는 커리와 계란이 부드럽게 섞여 올라와 있었다. 흩어지는 쌀이라고 일컫는 쌀밥 한 그릇도 함께였다. 껍질이 딱딱하지 않더라도 먹을 때 불편함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우였다. 새우깡의 맛이라고 할까. 바삭하게 튀겨진 게는 커리와 채소랑 섞여 익숙하지 않은 식감을 낸다. 깊은 해산물의 맛으로 밥과 함께 먹어야 하는 짭짤함이 있지만, 계속 손이 갔다.
한 끼의 점심 식사였지만 평소 먹지 않던 것을 먹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된다. 얼마 전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추천받았는데 쉽사리 가자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음에는 용기를 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지의 장소에는 바로 못 가더라도, 미지의 음식은 도전하는 만큼 먹는 즐거움이 커지고 있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