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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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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끝에 걸터앉은 연탄이 내는 맛 ‘소금구이’

하루의 끝에 걸터앉은 연탄이 내는 맛 ‘소금구이’

by 운영자 2017.06.09

온종일 걷는 일정이 이어졌던 날, 우연한 기회에 목동에 들렸다. 저녁때가 되어 뒷골목에는 음식점이 있지 않을까 싶어 대로변에서 살짝 안으로 들어갔는데, 다른 곳보다도 훨씬 높은 비율로 식당마다 고기를 팔고 있었다. 여러 종류의 고기도 아니고 ‘소금구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고기를 먹지 않으면 안 되는 골목이구나!’ 느낌이 온 기자는 바로 이른 저녁임에도 사람들이 붐비고 있는 소금구이 집에 성큼 들어갔다. 가게명만 딱 적어놓고 멋 부리지 않은 간판이었다. 어쩐지 이곳에서 고기를 먹지 않으면 오랫동안 생각나며 후회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연탄 위 철판에 뭉텅뭉텅 올라오는 소금구이가 먹음직스럽게 반겼다.

메뉴도 얼마 없었다. 고기의 종류는 소금구이, 껍데기, 갈비살이 전부이다. 소금구이와 껍데기를 주문하고 앉아 둘러보니 아주 오래된 가게의 내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1994년부터 시작되었다고 쓰여 있는 걸로 보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을지 그려진다. 술 한잔 기울이며 먹음직스러운 고기를 한 점 곁들이면, 힘든 하루의 끝자락에서 많은 위로가 됐을 것이다.

원통형 테이블에서 화력 좋은 연탄이 자리를 잡았다. 식당에서 연탄을 만나는 것은 이제 흔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연탄구멍 속에서 빨갛게 자아내는 열기는 단지 고기를 굽는 용도 외에도 흥겨워지는 분위기를 만든다.

큼직하게 썰어 나온 고기는 먹음직스럽게 익는다. 크게 별다를 것 없이 보이는 모습이지만, 고기 자체가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잡내 없이 고소한 맛이 감돈다. 쌈장보다 소금을 살짝 찍어 먹는 맛이 좋았다. 함께 나온 껍데기는 삶아낸 것이 아니라 굽는데 좀 더 신경을 써야 했지만 쫄깃한 맛이 남달랐다. 콩가루에 콕 찍어 먹다보면 고기와 다른 식감이 즐거움을 더했다. 김치와 깍두기도 훌륭한 조연이었다. 테이블에 올라오는 모든 것들이 만족스러운 한 끼를 만드는 데 힘내고 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골목은 유명한 ‘고기 골목’이었다. 갔던 곳도 아주 오랫동안 터줏대감처럼 동네 주민의 사랑을 받던 가게였다. 평소 검색을 거듭해 찾아갔던 곳보다 우연히 갔던 곳에서 더 편안하고 기분 좋게 먹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기대하지 않은 가운데 지쳐있던 발걸음을 달래주는 고기 한 점이 주는 위안이 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참새 방앗간처럼 이곳을 찾았을 테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