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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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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에 즐기는 작품, 풍경, 커피 평창동 키미아트카페

한 걸음에 즐기는 작품, 풍경, 커피 평창동 키미아트카페

by 운영자 2017.05.12

평창동 키미아트카페
누구든 복잡한 일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면 잠시 생각의 퓨즈를 끊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자주 찾던 장소가 아닌 곳에서 생각의 청소를 진행해본다. 얽혀있는 일이 있던 자리는 잠시 들어내 다른 것들로 헹궈보는 시간이다.

작가들의 몰입하는 순간이 쏟아져 열매를 맺었을 작품이만날 수 있는 곳, 여기에 커피 한잔과 함께 평창동의 북악산 전경을 함께 볼 수 있는 카페가 있다고 해서 찾았다.
굽이진 평창동 길을 차로 오르다보면 복잡한 서울 도심에서 탈출하는 기분이 든다. 키미아트카페는 전시를 볼 수 있는 갤러리가 1층에, 북악산 풍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카페가 2층에 자리해 있다.

입구에서는 공간의 특별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일반적인 이층집의 모습으로 안에 들어서면 비로소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작은 공간에 빼곡히 걸려있는 작품을 둘러보며 첫인상을 갤러리로 남겼다면, 계단 위로 올라오는 순간 탁 트인 테라스를 만날 수 있다. 시야에 고즈넉한 정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빌딩숲을 헤치고 찾아온 곳은 삭막했던 일상에 촉촉하게 물을 뿌린다. 2층 공간에도 실내에서는 벽과 천장에 자리한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미세먼지가 극성이지 않아 다행인 날, 테라스에 앉아 커피와 클럽샌드위치를 골랐다.

올리브가 꽂힌 전형적인 모양의 샌드위치의 토마토, 양상추, 치즈, 햄 등이 어울려 적당한 하모니를 내면 아이스아메리카노의 쓴맛으로 말끔히 정리된다.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와 커피지만, 평소와 달리 느긋한 여유를 갖고 천천히 먹어본다. 가격도 다르지만 먹는 이의 마음 따라 맛도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렌지는 먹기 좋게 잘려 나와 마지막으로 상큼함을 더했다. 별다를 것 없이 고요한 가운데 시간만 한가롭게 한낮의 골목길, 푸르른 나무와 산등성이 사이로 너울거리며 흘러간다. 난간에 놓여있는 심소라 작가의 유리 작품은 경치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작품 속 유리의 금에 맞춰 산의 완만한 능선을 맞대어본다.
잠시 숨 고르는 시간 옆에 놓인 작품은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마음을 도닥이는 것 같다. 차츰 빼곡하게 자리를 채우는 손님의 대화를 들어보니 오늘 저녁 메뉴 등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우리 모두 별일 없이 산다는 것에 대한 안도. 다시 언덕을 내려오며 얻는 것은 쉼표다. 내 앞에 선 모든 것을 다시 읽을 수 있는 용기를 내도록 하는.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