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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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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 미지의 세계를 담아 한입

초밥, 미지의 세계를 담아 한입

by 운영자 2017.04.21

시골쥐의 도쿄음식
일본을 처음 찾는 만큼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초밥이었다. 그동안 먹어본 초밥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시간이 갈수록 일본에서 먹는 초밥에 대한 환상은 늘었다. 특히 만화책과 미디어가 부채질했다. 밥과 재료의 조화로움이 무엇을 말하는 것일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먹고 돌아온 지금, 누군가 한국에서 먹었던 초밥들과 크게 달랐는지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해주고 싶다. 그 어느 일식 메뉴와도 비교해서 가장 달랐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마트에서 누구나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초밥을 한번 사 보고, 그 이후 저녁에 2시간이나 줄을 서 맛집으로 꼽히는 곳에서 먹어봤다. 슈퍼마켓의 초밥 역시 만원 안 되는 돈으로 정갈하게 종류별로 먹는 즐거움이 있었지만, 가게에서 2시간여의 기다림 끝에 먹은 초밥은 달콤했다. 사실, ‘2시간 줄을 선다면 무엇이든 맛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없잖아 있었지만 말이다.
초밥 접시가 지나다니는 레일 옆에 앉지 못해 아쉬움은 있었지만, 테이블에 앉아 태블릿을 두드리며 접수하면 오랜 기다림 없이 가져다줬다.
단순하면서도 다채롭다. 한 줌의 밥과 재료들은 경험의 경계를 넓혀간다. 폭신하고 달달한 계란말이부터, 장어, 연어, 고등어 등 한 입의 바다가 펼쳐졌다. 처음으로 용기를 내본 성게는 부드럽게 먹을 수 있었다. 가장 손꼽았던 것은 새우. 새우초밥은 역시 어디에서나 환영받겠지만, 여기서는 더욱 신선도를 자랑하는 맛이었다.
국으로는 두 종류를 접했다. 맑은 조갯국은 시원했고, 각종 생선을 으깨 끓인 국은 기름지면서도 진한 맛을 보였다. 튀김을 빼놓을 수 없어 문어튀김, 새우튀김을 욕심내어 주문했다. 이미 평소 먹던 양을 초과했지만, 여행이 불러온 욕심은 한도 없이 위장을 채우고 있었다. 문어는 촉촉하면서도 쫄깃함이 살아있었다. 바삭함이 일품인 튀김들은 놓쳤다면 두고두고 아쉬웠을 듯했다.
세계 여행에서 ‘할까 말까 고민이 된다면 하라’는 말이 있다. ‘그때’의 즐거움은 두고두고 일상의 보충제가 되고, 아쉬운 일들은 언제든 불쑥 나타나 마음을 애태운다. 일본을 찾아서 ‘먹는 것’에만 무조건 집중했던 이번 여행은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것을 놓치기도 했겠지만, 나만의 음식 휴식처를 만들었다. 앞으로도 초밥을 볼 때면 혼자서 흐뭇한 웃음을 짓게 만들 듯하다. 다시 다른 나라, 고유의 맛을 찾아 떠나기 위해선 한동안 초밥으로 행복했던 밤을 기억하며 기운차게 지내야겠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