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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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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가 내는 맛·음식 그 이상의 가치, 야구장 먹거리

장소가 내는 맛·음식 그 이상의 가치, 야구장 먹거리

by 운영자 2017.03.31

야구장먹거리
음식은 음식 자체에도 어떤 맛을 내고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디서 먹는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같은 김밥이라도 이동 중 급히 먹어치운 것과 야외에서 돗자리를 펴고 한가롭게 날을 즐기며 먹는 것은 그 느낌과 먹은 기억이 다르게 다가온다.

지난 주말 잠실야구장을 처음 방문했다. 2017 프로야구 LG와 두산의 시범경기였다. 기자는 스포츠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아서 야구장 하면 ‘정말 치맥이 맛있을까?’라는 궁금증만 있었다. 치킨과 맥주를 먹는 조건으로 따라나선 야구장. 응원팀도 특별히 없고 아는 선수도 하나 없지만, 경기장을 찾으니 많은 인원이 모여 있는 것 자체로도 기분이 들뜬다. 치킨과 맥주만 머릿속에 가득해지는 데 지하철역 출구부터 브랜드별 치킨이 나열돼 있다. 사람들 역시 줄지어 치킨과 맥주를 구매했다.
와서 놀랐던 점은 야구장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치킨이 가장 많았지만, 피자와 주먹밥, 곱창, 족발 등 누구의 식성에도 맞출 수 있도록 여러 종류를 팔고 있었다. 그래도 야구장에서만 팔 것으로 보이는 치킨팩을 사 들고, 야구장에 입점한 편의점에서 한가득 팔고 있는 맥주를 구매했다. 1L 용량의 페트병 밖에 없어서 궁금했는데, 찾아보니 대용량 페트병, 캔, 병 등은 반입이 제한돼있었다. 현장에 와야지만 알 수 있는 야구장 먹거리만의 특징이 모여 일상을 훌쩍 떠난 기분이 들게 한다.
기대만큼 치킨의 상태가 훌륭하지는 않았다. 치킨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듯한 바삭해야 할 튀김옷이 눅눅했고 차갑게 식어있었다. 그렇지만 역시 분위기가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것일까. 넓게 펼쳐진 푸른 야구장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맥주와 치킨은 한층 그 맛이 살았다. 미각과 시각의 절묘한 조화. 시원한 맥주의 톡하는 탄산과 선수들이 역동적으로 달리는 모습은 제법 어울렸다. 이어 촉촉하고 통통한 소시지가 먹음직스러운 핫도그를 사 왔다. 야구를 2회나 건너뛰고 줄을 서서 사 온 인내의 핫도그였다. 날이 추워선지 따스한 아메리카노와 핫도그는 기다렸던 시간이 야속할 만큼 훌쩍 사라졌다. 미국에서는 치킨 대신 핫도그를 먹는다는데, 한 경기에서 둘 다 즐겨보는 경험은 새로웠다.
다음에 야구장을 찾는다면, 옆 좌석에서 먹었던 피자를 선택하지 않을까. 어쩌면 메뉴는 별 상관없을지도 모르겠다. 흥겨운 응원과 환호 소리, 모두가 열정적으로 기분이 들뜬 장소라면 덩달아 먹는 기억도 행복하게 남는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