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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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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곱창을 먹다

구불구불 곱창을 먹다

by 운영자 2017.03.10

고불고불 인파를 헤치다
홍대. 사람 많기로 유명한 이곳은 서울에선 젊음의 상징하기도 한다. 불야성(不夜城)이라는 말은 여기만큼 어울리는 곳이 없다. 어둔 밤거리는 낮보다 사람이 많아진다. 지하철에서 내릴 때 맞춰 어떤 사람들이 모이나 귀 기울이면 사람들의 다양한 사투리 억양이 섞인 말소리가 들린다. ‘홍대’는 그 두 음절 단어로도 흥을 돋군다. 추위도 잊은 듯 짧게 입은 사람들, 추운 거리에 앉아 버스킹을 하며 따뜻한 노래를 전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을 보면 흥얼거리게 되는 것이다. 길거리의 노래를 듣고 싶어졌다.
의외였다. 낮에 찾은 홍대 거리는 인적이 드물었다. 밤낮 없이 다들 북적이며 움직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것은 지극히 역 근처와 일부분에 몰렸던 것일까. 저녁을 향해 시침이 기울어지기 전, 해가 쨍쨍한 시간에 첫 손님으로 곱창을 먹으러 갔다.
곱창은 쫄깃함과 고소함이 한 데 모였다. 서민 음식의 대표를 차지하고 있는 곱창은 언제부턴가 가격만큼은 서민과 동떨어진 듯하다. 하지만 곱창은 무엇보다 대중적인 술 소주와 어울린다. 부드럽고 질기지 않은 적당함, 곱의 고소한 맛이 쓰디쓴 것과 어우러지면 손을 멈출 수 없다.
부추는 간 기능에 좋은 재료다. 기름진 곱창을 먹으면서 싱싱한 부추를 곁들이는 조합은 빠지면 아쉽다. 마지막으로 대창은 많이 먹기에 두려운 점이 있지만 그래도 몇 점 정도는 흥건한 기분에 먹어본다. 대창의 구름 같은 모습은 젓가락을 대는 순간 기분마저 몽글해진다. 기름진 맛은 다음 만남을 기약할 수 있도록 강력한 기억을 새긴다. 많이 먹지 못해서, 또 찾게 되는 아쉬움을 매번 지닌 것이 대창이다. 볶음밥도 빠지면 아쉽다. 고소한 치즈를 잔뜩 녹여서 돌돌 말아먹는다. 철판의 매력을 끝까지 누리는 것이다.
어느덧 해가 떨어지고 인파를 헤치며 걸어본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옛 간판이 아니다. 빼곡한 프랜차이즈들도 있고, 작게 새롭게 시작하는 곳들도 보인다. 내가 갔던 곱창집도 오래 되지 않았지만 젊은 부부가 힘을 합쳐 운영하는 곳이었다. 많은 변화가 홍대의 옷을 새롭게 갈아입힌다. 소 곱창도 그런 음식이 아닐까 싶다. 음식도 옷을 갈아입는다. 즐겨먹는 음식들이 매번 그 자리에서 언제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지만 시간은 흐른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