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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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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이 산다…집 떠나면 생각나는 음식, 김치찌개

별일 없이 산다…집 떠나면 생각나는 음식, 김치찌개

by 운영자 2017.03.03

집 떠나면 생각나는 음식, 김치찌개
친구들과 밖에서 돈 내고 사 먹기 아까운 음식에 ‘김치찌개’를 꼽았던 적이 있다. ‘집에서 언제든 먹을 수 있는데 왜 밖에서 사 먹지?’하는 생각에서였는데, 이상하게도 김치찌개를 파는 식당이 많았고 또 영업이 활발했다. 나중에서야 직접 체험하며 알았다. 밖에서 먹는 김치찌개의 맛은 집에서 멀리 나와 사는 사람이 더욱 즐기는 메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일까 ‘서울 사람은 왜 이렇게 김치찌개를 좋아할까?’싶을 정도로 점심, 저녁 식사뿐 아니라 안주로 쉴 새 없이 만날 수 있었다. 김치찌개는 그저 그런,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음식이었다. 요즘으로 말하면 별일 없이 살았던 하루의 인증샷 기능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는 3일 정도 밖에서 사 먹으면 질세라 스리슬쩍 ‘집밥’이라고 불리는 메뉴가 머릿속에서 고개를 든다. 간절해진 김치찌개를 먹고자 검색에 검색을 거듭해보니 상봉역 근처 돼지김치찌개 가게가 보인다.

사람과 시간이 지나간 흔적이 담긴 양푼냄비 안, 허기진 뱃속을 든든하게 채워 줄 돼지고기가 아낌없이 뭉텅 들어갔다. 김치와 약간의 대파, 양파가 들어가 처음부터 꽉 찬 국물은 아니었지만 이내 열기 위에서 팔팔 끓으며 맛을 내고 있었다.
역시 김치찌개에는 묵은지이다. 묵은치는 홀로 사는 사람이 갖고 있기 힘든 음식이 되어 간다. 김치만 더 먹고 싶어 반찬으로 나온 김치를 넣어 끓여 먹어봤지만, 그 맛이 나오지 않는다. 그제야 김치찌개를 사 먹는 이유를 한번 더 깨닫는 것이다. 당연하게 먹었던 오래된 김치, 그것도 김치냉장고에서 항상 있을 것 같은 음식이 누군가에게 귀하다는 것. 시원한 국물을 마시면서 어서 춘천행 전철에 오르고 싶어졌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