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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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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하고 따뜻해…두터운 겨울 이불 닮은 ‘두부전골’

고소하고 따뜻해…두터운 겨울 이불 닮은 ‘두부전골’

by 운영자 2017.02.27

점심시간 만난 분이 근처의 ‘정말 괜찮은 두부전골’을 소개한다고 했다. 얼마나 맛있는지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듣다보니 ‘두부전골’이 평소의 내가 잘 선택하지 않는 메뉴라는 것을 알았다.

두부는 특별한 음식이 아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에도 두부는 들어가지 않는가. 그래서 굳이 두부가 주연이 된 음식을 찾지 않는 듯하다. 두부는 한식이라면 찌개와 국 어디서든 틈틈이 볼 수 있는 재료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두부전골은 기존의 전골과 달리 칼칼하지도 않고, 오로지 두부가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았다. 두부가 활약할 수 있도록 고소함을 배가시키는 국물이 일품이었다. 옆에서 두부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쫄깃한 버섯이 허전한 공간을 채우며 뒷받침하고 있었다.

반찬도 두부를 먹는 데 도움이 되도록 장아찌가 나왔다. 무대를 꾸몄으니 그동안 서러운 취급을 받았던 두부가 마음껏 맛의 활개를 펴고 있었다. 순한 맛을 내는 두부였기에 강하고 자극적인 맛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두텁고 부드러운 식감은 화려하게 꾸며지지 않아도 묵직한 든든함을 준다.
한 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두부전골하면 바로 포만감이 떠오른다. 이번에도 밥 한 그릇에 두부전골을 말끔히 비웠다. 가정집을 개조해 식당으로 만들어서일까, 나이 지긋한 손님들로 가득 채워져 다들 내 방에서 다리를 편 듯, 편안히 식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행을 온 복장의 나이가 지긋한 노부부가 나란히 앉아 서로의 반찬을 챙겨주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뭉클했다. 두부전골은 어머니가 겨우내 춥지 말라고 조용히 바꿔 덮어주는 솜이불 같았다. 은근한 무게와 포근하면서도 따뜻함이 닮았다. 밖에서 추위와 싸우고 온 사람을 포옹하듯이.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