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음식나무

음식나무

구수한 청국장으로 푸근히 즐기는 겨울의 맛

구수한 청국장으로 푸근히 즐기는 겨울의 맛

by 운영자 2017.02.06

겨울의 맛은 어떤 것일까.

어릴 적 외가에 가면 메주가 있었다. 그 냄새를 맡으며 따스한 아궁이의 열기로 지펴진 아랫목에 앉아있자면, 전통적인 우리네 겨울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춘천 도심에서 떨어진 동면 감정리에서 맛있는 청국장을 한다는 소개를 받았다. 음식을 먹으러 가는 과정부터 여행을 가듯 마음이 들뜬다. 구석구석 손길이 닿은 한옥이 눈에 띈다. 들어서기도 전, 청국장의 향은 맡는 것만으로도 맛이 느껴진다.
청국장이 보글보글 끓었다. 한 숟갈 후루룩하는 순간 겨울이 녹는다. 부드러운 맛이다. 따뜻하고 구수하다. 양껏 밥에 비벼 먹어본다.

콩과 두부, 팽이버섯. 특별함 없이 일상 속에서 접하는 보통의 것들이다. 이들이 모여 내는 맛은 특별하다. 오랜 숙성을 거친 청국장은 시간을 안고 깊은 맛을 낸다. 밥 한 공기가 소리 없이 뚝딱 사라진다.

반찬도 함께 어우러진다. 부추·풍년대 무침, 톳두부, 오이지장아찌, 곰취장아찌….
낯선 반찬과 처음 보는 음료의 종류를 물었더니 주인아주머니가 냉큼 옆에 앉는다. 포근한 맛만큼이나 푸근한 인심의 주인아주머니. 메주를 뜨는 과정을 어찌나 자세히 소개해주는지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본 듯했다. ‘홍삼 청국장’이라는 메뉴답게 콩 4kg과 수삼1kg을 새벽부터 저녁까지 삶고 뜸을 들여 찐다고. 여기에서 나온 물은 훌륭한 음료가 된다. 가마솥에서 졸인 진액과 요구르트가 궁합을 이루며 맛있는 한 잔이 됐다. 땅콩의 고소함도 곁들였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았는지 누룽지와 함께 마음껏 가져온 반찬을 더 먹게 된다.

시골에 가면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어라’하며 반찬 하나하나를 손녀 숟갈 위에 집어주시던 할머니가 떠오른다. 그런 밥상을 마주하니 옛 생각과 함께 마음까지 배부르다.

음식이 자극적이지 않은 덕분에 하루가 편안했다. 일상의 것들은 만날 때나, 만난 후에나 마음이 편하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