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음식나무

음식나무

‘어디서 많이 봤는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와인

‘어디서 많이 봤는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와인

by 운영자 2015.06.19

와인 이야기 Wine Story

우리나라의 기록에서 와인에 관한 기록은 고려 충렬왕 때부터 시작된다. 우연히 들어온 와인은 동의보감, 지봉유설 등을 통해 서역의 포도주로 소개됐다. 공식적인 수입은 고종 때부터로 알려졌다. 당시 와인의 맛에 익숙하지 않았던 우리나라에서는 외면받았고, 본격적으로 와인이 소비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었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던 술인 와인은 외국 영화와 드라마 등 미디어를 통해 차츰 우리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영화 속 근사한 분위기, 명장면에서 등장했던 와인은 고급스러운 술, 부유층이 즐기는 술로 인식됐다.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영화 속에 등장한 와인이다. 와인이 가진 독특한 개성을 이용해 등장인물의 성격을 대변하기도 하고, 인상 깊은 장면에서는 의미를 더하는 하나의 장치가 되기도 한다.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영화 속 와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

생의 마지막 순간을 위해,
영화 속 명품 와인


영화 속에서는 평소 와인을 즐기는 애호가들도 쉽게 접할 수 없는 명품 와인이 종종 등장한다. 그 중 대표적인 와인으로 ‘샤토 무통 로쉴드’를 꼽을 수 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영화 ‘딥 임팩트’에 등장한 와인으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기 전 절박한 상황에서 요원들은 마지막 순간 샤토 무통 로실드로 만찬을 장식한다.

많은 와인 애호가는 ‘죽기 전 꼭 마셔봐야 할 와인’으로 이름난 명품 와인을 거론하는데, 이와 같은 맥락으로 영화 ‘포세이돈’에서 등장한 ‘로마네 콩티’, 영화 ‘실락원’의 ‘샤토 마고’는 주인공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으며 선택하는 와인이다.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행복’을 맛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주인공의 성격을 말해주는 와인

영화 ‘식객 : 김치전쟁(2009)’에서는 주인공 배장은(김정은)이 욕조에 앉아 ‘1865 Limited Edition(한정판)’을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최고의 요리사인 주인공이 선택한 와인은 블랙 라벨이라는 별칭을 얻은 1865 와인의 한정판 프리미엄 와인으로 ‘최고’를 추구하는 주인공의 성격을 고스란히 담았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유행어를 남긴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2015)’. 악당으로 등장한 밸런타인(사무엘 L. 잭슨)은 독특한 취향의 사내다. 맞춤 정장과 힙합 모자를 매치하고, 클럽에서 고풍스러운 위스키를 즐기는 등 기존 질서를 통해 돈과 권력을 거머쥔 인물로 그것에 반하는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 가장 대중적인 음식 맥도널드 햄버거와 함께 등장한 명품와인 ‘샤토 라피트 로실드’는 종잡을 수 없는 악당 밸런타인의 단면을 명확히 짚어준다.
기억 속에 영원히,
명대사 명장면을 빛낸 와인
고전 영화 중 명작으로 불리는 영화 ‘카사블랑카(1942)’의 주인공 잉그리드 버그만은 험프리 보가트와 밀어를 나누는 도중 이런 말을 한다.

“뵈브 클리코라면 남겠어요(If it’s Veuve Clicquot I’ll stay)”

뵈브 클리코는 샴페인의 한 종류로 건조하고 담백한 듯하지만, 섬세한 맛이 특징으로 영화 카사블랑카를 통해 여심을 사로잡는 와인으로 유명해졌다.

또 영화 ‘여인의 향기(1992)’에서 퇴역 장교로 분해 남자의 일생을 멋지게 표현한 알 파치노는 “첫 키스는 와인의 첫 모금과 같은 거야”라는 명대사를 남기기도 했다.

상영 시간동안 영상과 소리로 우리에게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와 생각해볼 만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예술인 영화. 그 은 영화의 이해와 등장인물, 배경에 대한 해석을 돕는 훌륭한 액세서리다.

서동일 기자 chunchonkc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