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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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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거 아니? 풍요로운 남해를 머금은 바다의 맛 멍게비빔밥

너 그거 아니? 풍요로운 남해를 머금은 바다의 맛 멍게비빔밥

by 운영자 2015.05.27


>> 알아두면 좋은 음식상식

풍요로운 남해를 머금은 바다의 맛 멍게
너 그거 아니? 멍게비빔밥
지난 5월 연휴, 따뜻한 봄날을 즐기기 위해 여행길에 올랐다. 목적지는 미륵산 한려수도 케이블카와 이순신 공원, 수군통제사와 세병관 등으로 잘 알려진 경상남도 통영.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지답게 ‘어느 정도 북새통을 이루겠구나!’하고 마음먹었지만, 예상을 뛰어넘은 인파로 쾌적한 여행은 물 건너갔다.
도착한 당일 내내 인상을 찌푸리고 관광지를 돌아다니던 중 생소한 요리가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그것은 다름 아닌 ‘멍게비빔밥’. 평소 멍게를 비롯한 해산물을 특히 좋아했던 터라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회나 해산물을 얹어 초고추장을 곁들여 비벼 먹는 비빔밥을 생각했지만, 부드럽고 풍부한 향이 가득한 양념과 멍게 특유의 쌉쌀한 바다의 맛으로 새로운 개념의 비빔밥이 탄생했다.

통영의 특산물, 멍게와 비빔밥

통영 멍게는 국내 멍게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미륵도 쪽에 멍게 양식장이 많은데, 해안도로를 달리다 만나는 곳곳이 양식장일 정도. 섬과 섬, 해안의 만과 만 사이에 자리한 멍게 양식장은 봄이면 멍게를 따기 위한 손길로 분주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멍게비빔밥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멍게비빔밥은 멍게젓을 이용해 만드는 거제도 지방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이다. 소금에 절여 숙성한 멍게에 김과 깨, 참기름 등 양념을 더해 비벼 먹는 음식이다. 일반적으로 회로 즐겼던 멍게 맛의 새로운 발견이다.

통영 여객선 터미널, 중앙시장과 서호시장 등 통영 명소 곳곳에 즐비한 음식점들은 대체로 멍게비빔밥을 제공한다. 통영을 찾는다면 언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음식이다.

미식가를 유혹하는 통영의 맛집들

통영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휴일마다 많은 사람이 통영을 찾고 있으며, 관광객들을 위한 음식점도 무척 많다. ‘실비집’, ‘다찌집’이라고 불리는 주점 형태의 음식점도 많지만, 충무김밥과 멍게비빔밥, 막 썰어 횟집 등 다양한 음식으로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멍게비빔밥을 발견한 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멍게비빔밥으로 잘 알려진 맛집을 수소문했다. 통영을 다녀간 미식가들의 기록이 넘쳐났다. 여행 코스와 시간, 이동 거리를 고려해 음식점을 결정. 서호시장 안쪽 골목에 있는 서호동 ‘터미널회식당’을 찾았다.

환상적인 맛, 푸근한 정은 덤 ‘터미널회식당’
정해놓은 명소를 둘러보고 음식점을 찾은 시간은 늦은 저녁. 들어서자마자 입구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미 한바탕 전쟁처럼 손님을 치른 뒤였던 것. 자리에 앉아 먹을 수 있는지 묻자, 그리도 바쁜 시간을 치러내고 간신히 끼니를 해결하는 중이었던 주인아주머니는 “여기 아니면 또 어딜 가서 먹겠느냐”며 흔쾌히 자리를 권했다.

매생이 전과 깍두기, 멍게 회 등 차려주는 간단한 곁들이 음식으로 입맛을 다시다가 주문한 회와 멍게비빔밥이 나오고 본격적으로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고소한 맛과 바다를 잔뜩 머금은 멍게의 풍부한 맛은 연신 감탄사를 불렀다. 회라면 자다가도 일어났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을 정도. 폭풍과도 같았던 식사를 마치고 멍게의 맛이 완전 다르다고 묻자, 주인아주머니는 “그냥 회가 아니라 젓갈로 만든 거라 독특한 맛이 있다”고 설명했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했던 정은 피곤을 가시게 만드는 효험이 있었다.

조금은 어수선한 관광지 통영. 정비가 시급해 보이는 도로, 난립한 음식점과 노점상 등 쾌적한 여행지라 추천할 수는 없지만, 멍게비빔밥 하나만으로 짜증과 피곤함을 날려버린 멋진 여행이었다. 통영의 기억을 근사하게 바꿔준 멍게비빔밥. 더워지는 멍게의 제철이 되면 통영 여행을 계획해보면 어떨까.

서동일 기자 chunchonkcr@hanmail.net